독서, 영화

정연주의 기록-젊은 벗들에게 보내는 글

베키오 2017. 12. 14. 09:01

 

 

 

한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근대 언론의 흐름이랄까 발전 상황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언론이 망가져 가는 과정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을 구입하게 된 이유는 진짜로 사장 정연주는 정부로부터 지시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내린 결론은 작가를 모두 믿을 수 없겠지만, 본인이 허튼 말을 하지는 않을 사람이다 라는 것입니다. 사람의 말은 믿을 수 없지만 그가 살아온 세월을 보면 어느정도 진실성은 보이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말대로 혹은 12월의 달력을 보면서 툭툭 내뱉는 평범한 사람들의 대화처럼, 세월은 참 빠릅니다. 당시 정사장님이 방송국에서 쫒겨나가듯 나가고 법원의 판결을 받고 그 뒤로도 2번이나 정부의 수장이 바꼈습니다. 이 책을 다시 읽을 필요성이 사라진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리뷰를 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D사의 신입기자로 시작해서 방송국 사장이 되기까지 딱봐도 알만큼 우여 곡절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D사가 지금의 논조와는 많이 다른 회사가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은 언론인들은 1974년 10월 24일 자유언론실천서너언을 했고 당시 권력에 박탈당했던 권리를 조금씩 찾아왔습니다. 결론은 권력과 결탁한 회사 경영진에의해 해직되는 사태가 발생했지만요. 정 사장은 감옥에도 갇히기도 하고 수배되어 떠돌아 다닌 도망자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지명 수배자로서 부모님을 떠나보내고도 가지 못하는 불효자가 되기도 하였구요.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고 H사의 논설위원을 지내고 방송국의 사장이 되었습니다. 글의 첫시작처럼 이분의 얘기는 어쩌면 우리의 역사의 한면을 볼 수 있기도 하고, 지금의 어지러운 모습을 거울에 비춰볼 수 도 있는 책인거 같습니다.

 

 

제가 가장 궁금했던 정사장 당시 정부로부터 통제라든지 외압이 있었을까 하는 부분에 대해 작가의 글을 조금 전달해 보겠습니다. "정 사장님 제가 앞으로 절대 전화하지 않을 사람이 두 분이 있습니다" 나는 궁금해서 되물었다. "두 사람이 누군데요?" "검찰총장과 KBS사장입니다.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가장 중요한 기관 아닙니까?"그렇게 이야기를 나눈뒤 청와대 본관 입구에서 헤어졌다. 그는 내게 그약속을 지켰다. 그는 내게 한번도 전화하지 않았다. 그는 약속을 철저하게 지켰다.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행위 뿐만 아니라 그런 종류의 개입이나 간섭도 내게 없었다. 나느 그게 참 고마웠다. 만약 직접 전화해서 요즘 너무 심합니다. 하면 나도 인간인 이상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런 압박감이 나의 언론인 생활을 위축시켰을 것이 분명하다.

 

 

그의 기자 생활도 참 재밌습니다. 마흔넷에 워싱턴 특파원을 지내고 냉전해체되는 과정도 지켜봅니다. 몰타에서 당시 소련도 만나 구요. 한국언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단독 방북취재도 경험했습니다.  특히 동아투위 사건에 대해 생생한 기록을 볼 수 있는 장면도 재밌습니다. 재미라고 하면 안될 상황이였지만요. 정말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진실을 보도하자 광고가 끊기는 상황에서 독자들의 광고 요청이 쇄도했다는 부분은 상황이 과장되지 않았나 의심이 들 정도록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읽으면서 순간순간 호기심이 생기고 글이 한번에 읽힐 정도로 재밌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신입직원에서 사장까지 오른 사람의 눈을 통한 이야기도 한번 들어볼만 한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