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영화

이병률산문집 끌림, 여행가고싶다.

베키오 2017. 12. 9. 12:03

이병률 시인의 산문집, 끌림을 보았습니다.

두서없이 순서대로 나열되는 여행기가 아닌 갑자기 나타나는 새로운 이야기와 나라들의 향연이 이어지는 책.

소박한 매력을 뿜어내면서도 그안에서 느껴지는 여행의 여유와 매력에 빠져들며 읽어나간 책입니다.

1994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의 여정이 담긴 이병률 작가의 트래블노트입니다.

 

 

 

 

이책의 좋은점은 내가 원하는 페이지 어디서부터 읽어도 책의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아,

내가 읽고싶은 부분부터 마음껏 읽어나가도 좋은 내마음애도 읽어갈 수 있는 책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곁에 두고 하루에 한두장씩 읽어가던 책을 드디어 다 읽고 서평을 쓰려고 보니

느낌은 남는데 줄거리는 남지 않는 이상한 책이 되어버렸네요.

 

저는 이런책이 더 좋습니다.

주제가 있어서 독자에게 무언가를 남겨주려는 노력이 아니라,

작가가 느낀걸 그대로 보여주고 독자가 받아들이고싶은 것만 받아들이게 하는 자율적인 책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마음에 드는 문구를 조금씩 남겨놓았는데, 이병률산문집이 제가 앞으로 떠날 여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것만 같습니다.

남들과 같은코스, 같은느낌의 여행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느낄 수 있는걸 여행지에서 느껴보면

일상의 소중함을 더 느낄 수 있을꺼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죠.

 

 

 

#001. 이를테면 열정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넌 자와 건너지 않은 자로 비유되고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강물에 몸을 던져 물살을 타고 먼 길을 떠난 자와 아직 채 강물에 발을 담그지 않은 자, 그 둘로 비유된다.

 

 

#011. 아마도 의심하지 않는 데서 그 모든 '순탄함'은 가능했으리, 인도는 그런 곳이다.

믿지 말아야 할 것 투성이지만 결국은 믿고, 껴안아야 할 것들이 수두룩한 나라.

아무것도 아닌 나라 같지만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있어 충분하고도 충분한 나라.

 

 

#018. 사랑해라,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잃어온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읽게 될 것이다.

사랑하고 있을 때만 당신은 비로소 당신이며, 아름다운 사람이다.

 

 

#022. 빛의 세기에 따라 바람의 결에 따라 한 번 와 닿았던 인상이 전부 다가 아닌,

여러 얼굴을 가진 도시가 바로 파리다.

수많은 표정을 매일매일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그 일은 파리에 사는 사람들에게조차 일과가 되기도 한다.

 

 

#026.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우리는 결코 알 수가 없다!'

티베트 속담이다.

이 속담은 티베트의 칼날 같은 8월의 쨍한 햇빛을 닮아 있다. 살을 파고들 것만 같은 말이다.

내가 지금 걷는 이유는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올것이 오지 않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029. 그러니까 잘 살기 위해선 뭔가를 자꾸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훈과

내가 죽더라도 아무도 목이 메게 하거나 다리에 힘이 풀리게 하면

안 되겠다는 교훈을 얻는 거야. 아랍 가게 할아버지로부터.

 

 

#033. 앞으로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갔을 때 제대로 말이 통하지 않을 때,

 그럴땐 똑같이 생긴 뭔가를 두개 산 다음 그중 하나에 마음을 담아서 건네면 된다.

환하게 웃으면서 그러면 된다.

 

 

#044. 항상 나는 지도를 처음 받을 때처럼, 지도를 펴들고 버릇처럼 묻는다.

이 지도에서 지금 내가 서 있는 여기는 어디냐고.

그건 여행자에게 있어 중요한 시작이며, 절대적 의무이기도 한 일이다.

지금 현재 있는 곳을 마음에 두는 일, 그것은 여행을 왔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061. 여행을 다니는 습관만큼 내가 사람을 믿는 건 사람에게 열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으로부터 받을 게 있다는 확신에 기대는 바람에 나는 자주 사람에 의해 당하고 패한다.

...

한번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여행을 끝이다. 그만큼 자유롭지도 못할뿐더러 기회도 적기 마련.

세상에 하나뿐이라고 생각한 친구를 믿은 적 있으나 그는 나를 믿어주지 않았고

한 사람을 믿은 적이 있으나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믿음이 아닌듯하였다.

그 울림은 더 장황해져서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옮겨가면 그뿐이었다.

내가 사람에게 함부로 대했던 시절이 분명 있었기에 당함으로써 배우는 것이라 자위하면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