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영화

불멸의 신성가족-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가는 시간

베키오 2017. 12. 7. 23:04

 

 

 

오래전에 선물받았고 읽었었던 불멸의 신성가족을 다시 한 번 읽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이런 시국과 많은 문제들이 법원에 가서 한편으로는 국민의 칭송을 듣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국민들의 분노를 가져 오는 상황이 이 책을 다시 접하게 만들었네요. 제목을 보면 내용이 언뜻 생각나지 않겠지만 부제인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법을 들으면 바로 무슨 내용인지 알게 됩니다. 저자 김두식님은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군법무관과 서울지검 서부지청 검사를 지낸분입니다. 미국 코넬(Comell) 로스쿨을 졸업하고 한동대 법학부 교수를 거쳐 현재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구요. 부제처럼 패밀리 일원이 사법기관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겠지만 아무래도 학자들의 입장에 있으면 좀 더 정갈되고 내부적인 입장과 외부적인 입장이 잘 섞인 분석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폐지되는 사법시험 제도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을 사법시험에서 부터 찾아갑니다. " 바늘 구멍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개미보다 작아져야합니다. 바퀴벌레나 파리조차도 쉽게 바늘구멍을 통과하지는 못합니다. 개미라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 불개미 종류나 겨우 바늘 구멍을 통과할 수 있지요. 따라서 이 시험을 합격하기 전에 제가 느낀 벌레의 심정도 그닥 특이한 현상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시험을 통과하는 순간 갑자기 사람으로 변하는 경험은 부작용을 낳게 마련입니다. 한꺼번에 갑자기 커진 몸은 아무래도 부실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일단 이 바늘 구멍을 통과한 사람은 많은 것을 보장받게 됩니다. 사법시험 합격자가 늘어남에 따라서 그 못이 다소 줄어든 것처럼 보일지라도 바늘 구멍만 통과하면 많은 것이 보장된다는 사람들의 믿음만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 개인적으로 사법시험 존치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사법시험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문제점은 통찰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나이가 먹고 인생의 경험이 쌓이면 어느 순간의 경험들이 자신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늘 구멍을 통과하기 위하여 눈구보다 작아지고 작아졌던 사람들에게는 바늘구멍 통과 후 누구보다 당당한 사람으로서 생활해 가겠지만 그 어렵고 힘들었던 순간들이 몸속에 그리고 그들의 기억속에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거구요.

 

 

 

 최근에 많은 판결들이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반대편 지지자들은 법원을 존중해야 한다. 법원마저 훼손하면 우리사회의 정의가 무너질거처럼 말하곤 합니다. 음... 그런데 국민들은 법원의 판결을 항상 존중하고 지지해야만 옳은 걸까요? 불멸의 신성가족을 읽다보면 아직은 그럴때가 아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비해서 법원에서 돈을 받고 하는 판결이라든지 내부자 거래 같은거는 줄어들고 있고 법원이 깨끗해진다고 하는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전관예우는 엄연히 존재하고 높은 직급을 달고 나오는 판사는 대형 로펌에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을 받고 스카웃 되곤 합니다. 그런 분들의 판결 마저 순수하거나 진정이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네요. 작가가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판검사와 변호사의 돈거래는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청탁까지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닙니다. 옛날처럽 판사실이나 검사실에 볂호사가 무시로 출입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전화나 사적인 만남을 통해서 사건 관련 청탁을 할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변호사가 판검사에게 청탁을 한번 하려 해도 여러번 고민해야 하는 분위기로 바뀐것만은 분명합니다. 판검사를 지낸 이른바 '전관 변호사'라 해도 형편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 옆에서 가끔 전관 변호사의 전화를 받는 분들을 많이 뵙는데요. 특히 부장검사하고 차 한잔 마시면 그동안에 전화가 계속 오잖아요. 그 때 부장검사는 내가 모시던 분인데..... 어디에 또 사건 하나 있다네. 이런 얘기 하거든요. 근데 이게 별로 은밀하지도 않아요. 부장 검사 방에 여러 기자가 있을 때도 그런 전화가 와요. 물론 어떤 부장은 어 선배님 제가 좀있다 전화 드리겠습니다. 하고 피하는 분도 있고, 예,예,예 하면서 대충 메모해서 받아두는 분들도 있어요. 근데 그거 전화 한통을 받았다고 해서 이거 봐줘 부장이 그러면 일선 검사가 바로 봐주나요?"

 

 전관예우가 없어지고 가진자와 그렇지 않은자간의 법의 형평성이 확보되기 시작할때만 우리가 사법에 대해서 존중하고 각자의 법원으로서 판결을 인정할때가 아닐까 싶네요. 다만 이 책을 통해서 사법패밀리의 상다수가 예전보다는 투명해지고 독립성도 가지고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이 책을 쓴 작가도 그렇구요. 일부 형사 단독판사들의 조용한 저항도 있구요, 배당에 대한 문제제기도 그렇구요, 박재영 판사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건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경로든 신영철 법원장의 이메일이 폭로된 일 역시 그렇습니다. 모두 다 원만함이라는 신성가족의 규범을 무너뜨리는 매우 용기 있는 시도 였고. 그런너분들을 통해서 우리는 희망을 발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