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영화

독서) 에쿠니가오리,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베키오 2016. 10. 25. 21:26

에쿠니가오리는 냉정과 열정사이로 잘 알려져 있는데, 친구들 중에서도 이 작가를 매니아적으로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요.

담당하게 써내려가는 필체속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가 묻어있어서 그런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이 책은 에쿠니가오리가 툭 하고 던지는 일상속의 작은 물건 또는 사건을 독자 스스로도 이끌어 낼 수 있게끔 하는 특별한 매력을 자아냅니다.

그냥 지나치기에 쉬운 소재들도 에쿠니가오리의 시선으로 보면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랄까요.

 

 

그러다보니 저도 에피소드 하나씩 마주할때마다 그 에피소드에 대한 나의 입장은 어떤가 자연스레 떠올려보곤 했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던지, 혹은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한적이 없었는데 그렇구나 라는 공감을 한다던지..

작가와 호흡하는 기분이 들어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책이에요.

 

 

 

 

샐러드는 좋아하는 사자(저자,무라카미하루키)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그때와 마찬가지로 에세이가 주는 느낌은 깊지 않지만 섬세한 감각이 좋아요.

특별히 가리는 장르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에세이가 좋아지네요^^

 

 

카페에서 노트북도 하고 책한권도 보고..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제가 읽은 부분중  함께 읽고픈 문장만 몇개 골라봤어요^^

같이 공감하면 좋겠네요~~

 

 

 

 

1.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지님보다 지니지 않음이 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것을 다 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필요한 것을 비교적 골고루 들고 다닌다고 생각하기 보다

아무것도 없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가뿐하지 않은가. (22p)

 

 

2. 어렸을 때, 내 몸 어딘가에 상처가 나면 할머니는 맨소래담을, 엄마는 오로나인 연고를 발라주었다.

.. 묘한 일이지만, 두 사람 다 각자의 약은 굳게 믿어도 상대의 약을 무시하는 구석이 있었다. (29p)

 

 

3 흔히들 오해를 하는데, 길을 잃는 것은 지리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과 방향이 없는 탓이지 지도를 볼 줄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그러니까 내게 지도를 건네면서 그렇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40p)

 

 

4.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여행 가방이 있다. 여행 가방은 만사를 알기 쉽게 인식시켜준다.

내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잔인할 정도로 명확하게 알게 된다. (82p)

 

 

5. 발바닥이 보송보송하고 따듯할 것! 행복의 첫째 조건이다. (116p)

 

 

6. 연필은 늘 나를 당황스럽게 하는 도구였다. 언제 깎으면 좋을지 고민스러웠다.

끝이 뭉툭해진 연필은 칠칠하지 못하고, 너무 뾰쪽하면 쓰기 힘들다.

적당한 상태는 잠깐밖에 없다. 글을 쓰는 도중에 글자의 굵기가 달라지는 것이 싫었다.

늘 뾰족한 심으로 쓰고 싶어 하다 보면 거의 세 줄에 한 번씩 깎고 싶은 충동에 시달려 끝이 없다. (122p)

 

 

7. 빗자루와 총채! 절찬을 금할 수 없다.

가련하고 심플한 모습에, 청결하고 조용하고 기능적이기까지 하다. 문틈까지 거의 완벽하게 쓸어낼 수 있다.

... 그리고 그 무엇보다 모든 것이 눈에 보인다는, 그 안도감이 좋다. (153p)

 

 

8. 겨울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오버이고, 그것에 포근이 감싸일 때의 안심감과 둔해지지 않도록 연구해 입을 때의 뿌듯함,

행복한 외출에서 뭍혀 오는 냄새까지 즐기는 날이 올줄이야, 그 무렵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157p)